3학년 A반 -지금부터 여러분은, 인질입니다-

 

3학년 A반 -지금부터 여러분은, 인질입니다-(2019) 3年A組 ―今から皆さんは、人質です―

 

 

최근 내 삶은 하루하루가 비 오는 날 같았다.

먹먹하고 축축하고 안개 때문에 바로 앞 밖에 볼 수가 없는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기에 나는 어느 곳에서도 위로를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현실을 냉정히 보지 못하고 작은 문제에도 크게 두려워하곤 했다.

지금도 그 일이 컸는지 작았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 내 머릿속은 안개가 걷히지 않아서 제대로 가늠이 되지 않아서다.

 

작은 질투부터 욕망, 생계, 권위, 명성, 익명, 다수의 그늘 

악의에 젖은 칼을 휘두르게 하는 이유는 많다.

그렇게 하나 둘 난자당한 카게야마는 이 세상에서 도망친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사건이 파헤쳐지며 관련자들이 나올 때마다 그 사람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공범자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래서 얼굴이 드러난 a반 학생들만이 가해자? 살인자? 

어느 순간 마인드 보이스의 반응들이 역겨워서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최근 sns에서 나에 관해 부정적 이야기가 돌며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 인사 정도 하는 사람, 꽤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까지

sns의 작은 세상에서 내 얘기는 재미있는 가십이었고 나는 어떤 욕을 해도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모든 계정을 탈퇴하고 인간 관계도 많이 정리했다.

억울했다.

왜 저 사람은 이름도 모르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왜 저 사람은 다른 사람들 말만 듣고 나를 판단하는 거야?

왜 아무도 나에게 이게 사실이냐고 묻지 않는 거야?

 

글의 공유 횟수가 올라갈수록 그 내용의 신뢰도도 올라간다.

발화자의 지명도가 높을수록 글은 빨리 전파되고 쉽게 주목받는다.

가해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죄책감은 옅어진다.

그들이 죄의 무게를 n분의 1로 나눠 짊어지는 동안 피해자는 그 칼에 n번 찔리고 있다.

이렇게 누군가가 죽으면 특정되는 가해자는 없겠지.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도 이러한 괴롭힘에 대해 순결한 피해자는 아니다.

내가 언젠가 익명 속에 숨어서 찔러댄 악의가 그대로 나에게 돌아온 것만 같다.

마인드 보이스 사용자들의 현실 모습이 나올 땐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불쾌했다.

더 이상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작중에서 카게야마를 향한 악의는 모두가 한 번씩 손을 올려 점점 거대해지고 날카로워졌다.

누군가 그 악의의 흐름을 끊었다면 어땠을까.

그 질투와 욕망을 꾹 참고 숨을 돌리고 내일을 향한 원동력으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세상이 달라지지 않더라도 나 하나는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